롬복 길리그데, 씨크릿 아일랜드

시크릿 아일랜드 리조트

예전에 롬복 잡지에 항상 광고하던 '시크릿 아일랜드'라는 리조트가 있었다. 비밀의 섬이라니 이름도 너무 예쁘고, 당시에는 여행객들도 거의 가지 않는 롬복 남서부 쪽에 있는 '길리 그데(Gili Gede)'라는 섬에 있어서, 언제 시간되면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싸서 좀 의심이 됐다. 호텔이 많이 모여 있는 롬복의 호텔요금은 제 각각 다 이유가 있는 요금이다. 싸면 싼 이유가 있고 비싸면 비싼 이유가 있다. 당시 1박에 3만원인가 했던 것 같은데, 왕복 기름값 밖에 안되는 호텔요금이라니 뭔가 수상쩍었다.


롬복 여행 광고지
시크릿 아일랜드 리조트

그러던 어느날, 2009년인가 2010년인가.. 그 무렵의 크리스마스 때, 아무리 열대지방의 섬일지라도 연말 분위기가 곳곳에 넘쳐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우리 역시 남들처럼 호텔 같은 데 가서 나름 기분은 내고 싶고 마침 일도 없어서 그 분위기에 휩쓸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돈이 없어서 그냥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그 무렵의 호텔요금은 평소보다 높게 책정되기 때문에 가뜩이나 가난했던 우리에겐 좀 부담스러웠다.


처음 가 본 길리그데 (Gili Gede)

그러다 갑자기 생각난 '시크릿 아일랜드 리조트'. 얼른 잡지를 뒤져보니 크리스마스 이브임에도 불구하고 1박에 250,000 루피아! 크리스마스에 집에 있기 싫다는 마음에 짓눌려서, 평소 들었던 싼 가격에 대한 의심이 사르르 녹아 들었다. 그리고 짐을 싸서 다음날 출발. 아내도 좋다고 덩실덩실.


배에서 보이는 길리그데
배에서 보이는 길리 그데

'길리그데'로 들어가는 선착장이 있는 곳은 셍기기 지역에서 약 1시간30분 정도 걸렸다. 왕복 기름 값 2만원 정도.. 차를 안전한(?) 곳에 주차해 놓고, 보트를 타고 섬으로 이동.


타고 온 배가 길리그데에 도착
길리그데에 도착

보트 값이 좀 비쌌던 것 같은데, 배가 정기적으로 다니는 게 아니라 우리처럼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을 때만 운행하기 때문이다. 나올 때도 타야하니 보트 비용이 또 든다. 차 기름 값에 더해 이렇게 비용이 좀 더 깨지고..


길리그데 호텔구역
길리그데의 시크릿 아일랜드 리조트 구역

섬의 한쪽에 호텔구역이 구성돼 있다. 배에서 내려 처음 본 느낌은, '어 괜찮다?' 였다가, 바로 '어? 뭔가 이상한데?'


시크릿 아일랜드 리조트의 로비 테라스
시크릿 아일랜드 리조트의 로비 테라스

길을 막고 있는 칠면조

간단한 체크인을 마치고 방으로 안내받는 길. 칠면조가 다니고 있는데.. 뭐랄까, 남의 사생활과 개인 영역에 내가 침범한 느낌?


우리가 이용했던 시크릿 아일랜드 객실
우리가 이용했던 객실

객실타입은 몇가지가 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우리 방이 제일 저렴한 타입이었을거다.


객실 외관 모습
가운데가 우리방

하나의 건물에 3개의 객실. 가운데가 우리 방이었고 양쪽으로는 비어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방이 남는 상황.


방에 민물이 안 나온다고?

아래 사진은 당시 우리 방의 내부 모습. 에어컨은 없고 선풍기가 있었는데, 한번도 안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아내랑 나눴던 대화 중에 기억 남는 것이 '저 선풍기는 한번을 못써봤네.'이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동안 딱히 더운 것은 못 느꼈다. 밤에는 오히려 쌀쌀하단 생각이 들었을 정도.


객실 내부의 모습
침실

중요한 건 낮에는 전기공급이 안된다는 것.. 섬이다보니 자체 발전기로 전기를 만들어 쓰는데, 전력수급 상 전기는 밤에만 쓸 수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지만, 당시에는 이곳 뿐 아니라 길리 트라왕안이나 메노, 아이르 등에서도 흔한 일이었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자의와 타의에 의해 결국 한번을 못 써본 선풍기.


단촐한 방 내부
단촐하다..

창가 쪽의 모습. 단촐했다. 저렴한 금액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 안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호텔(?)에서 잘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며 스스로를 위로. 아내는 이런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 스타일이라 다행이었다. (물론 지금은 조금 달라졌지만..)


배급받은 민물
방으로 배달된 배급(?) 민물

오후에 직원이 방으로 찾아와 물이 담긴 양동이를 놓고 간다. 뭐냐고 물으니, 섬이라 민물이 한정돼 있다고.. 그러니까, 욕실 내에서 나오는 물은 바닷물인거다. 담수시설이 안 갖쳐줘 있는 상황. 이것도 이해한다. 이때만 해도 길리 쪽 역시 민물을 사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 거의 없었다. 빌라옴박 역시 정수된 바닷물을 민물과 섞었던 때이니까.

바닷물 샤워는.. 생각보다 힘들다. 일단 비누거품이 나질 않는다. 겨우겨우 닦고 저 양동이의 민물을 마지막 헹구는 물로 쓰는 것인데, 뒷사람(아내)을 위해 최대한 아껴써야 한다. 양치질은 바닷물로 할 수 없으니, 500ml 생수를 두 병 준다. 이쯤되면 무슨 유격훈련 온 느낌 같지만, 당시에는 다 이해했고 이전에 이미 자주 겪던 일이라 이상할 것도 없었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


조용한 평화로움


시크릿아일랜드 리조트의 전경
파란하늘과 야자수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시크릿아일랜드 리조트의 정원
잘 가꾸어진 정원

다른 타입의 객실
또다른 타입의 객실. 약간 더 비쌌던 것 같은데, 뭐 크게 다르지 않았을 듯 싶다.

리조트의 시설들
여기저기 자리잡고 있는 시설들

방에서 나와 주변을 둘러봤다. 잘 가꿔진 정원과 주인장의 손길과 애정이 느껴지는 여러 시설들.


길리그데 리조트 풍경
한적한 숙소의 풍경

길리그데 나른한 오후의 하늘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오후

시크릿아일랜드의 운치있는 테라스
잠시 앉아 여유와 지루함의 경계를 즐기고

여유로운 길리그데 해변
평화로운 바다와 하늘

그리고 조용했다. 음산하게 조용한 것이 아니라, 기분 좋은 평화로움 같은 것. 파란하늘과 바다가 더 가깝게 느껴졌다. 방과 시설은 자꾸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지만 저렴하게 이용하는 것인만큼, 꽤 규모가 큰 홈스테이에 왔다고 생각하면 이렇게 훌륭한 홈스테이가 또 없다.


홈스테이 거실
숙소의 로비라기 보단 거실 느낌

리조트 로비 겸 식당
거실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잠시 의자에 앉아 오후 시간을 보내고 저녁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이동. 식당은 아까 체크인을 했던 로비. 그러니까 로비 겸 식당인데, 홈스테이라고 생각을 하니 거실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진짜 남의 집 거실 같네..


양이 많았던 소또아얌
소또아얌 (soto ayam)

주문한 소또아얌(Soto Ayam). 양이 엄청 많아서 아내랑 같이 나눠 먹었다. 다른 것도 주문해서 먹고 싶었는데, 안되는 게 많았다. 밥을 먹고 있는 사람은 우리 둘 뿐. 밖이 어두워지니 마치 어디 산장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밥을 먹고, 할 일이 없어서 TV를 잠시 보다가 방으로 다시 돌아갔다. 시계를 보지 않았다면 깊은 밤이라고 느껴질만큼 어두웠고 고요했으며 검은 하늘에 작은 별들이 흐느끼며 빛나고 있었다. 지루한 하루였지만 그 지루함이 오히려 좋았다.

롬복 길리그데, 씨크릿 아일랜드 롬복 길리그데, 씨크릿 아일랜드 Reviewed by HyunKi Kim on 6/25/2018 Rating: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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