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처음으로 은행계좌를 개설한 것이 롬복에 온 첫해인 2008년이다. 그 전에는 직장생활을 하며 월급의 일부를 루피아로 받았기 때문에 딱히 은행 계좌 개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다.
하지만 롬복으로 온 뒤, 이젠 더이상 누가 루피아를 쥐어주지 않으므로 인도네시아에서 계속 살기 위해서는 루피아를 직접 벌어야 했고, 덩달아 루피아 계좌도 필요했다.
문제는 거주지를 옮기며 갱신한 내 비자의 처리과정이 너무 더디다는 거였다. 은행계좌 개설을 위해서는 키타스(KITAS)라고 하는 인도네시아 워킹비자가 있어야 하는데, 일처리가 너무 느려서 몇개월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던 것.
그래서 은행계좌가 없는 몇 개월의 시간동안은 ATM에서 한국 체크카드로 돈을 뽑아 썼다. 아, 그 수수료만 해도 도대체 얼마냐..
2008년도가 거의 끝나가는 무렵에 겨우 비자가 발급되었고(이미 다음 갱신때까지 반 년도 안 남은 상황), 기쁜 마음에 은행부터 달려갔다. 루피아 계좌개설 하려고.
사진은 그날 찍은 것들이다. 당시 짜끄라(Cakra)에 있는 BII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했다. 지금은 이름이 바껴서 메이뱅크(May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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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May Bank 로 바뀐 당시의 BII 은행 |
마타람 짜끄라 지역에 있는 BII 은행. 당당히 키타스와 여권을 꺼내서 계좌개설을 신청했는데, 몇 시간을 기다려서 겨우 상담원을 만나고 통장을 만들기까지 두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너무 오래 걸려서 내가 짜증을 부리니까 상담원이 밥 먹고 오라고 했기 때문에 내가 아직 이날의 일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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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다시 은행으로 |
원래 이렇게 오래 걸리냐고 물어보니까, 외국인은 계좌개설 때 확인사항이 많은데 외국인이 계좌를 개설하는 경우가 드물고, 자기는 처음이라 좀 오래 걸린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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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 처음 발급 받은 통장. |
통장을 받고 얼마나 감개무량 하던지 이렇게 사진까지 남겼다. 오래 걸려서 받은 통장이라 아마 더 기뻤던 듯. 요즘은 그래도 서류만 잘 챙겨가면 계좌개설까지 빨리 끝나는 편이다. 반나절이 채 안 걸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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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아내가 적어 준 쇼핑목록 |
계좌에 돈을 넣어 놓고, 기분 좀 내려고 ATM에서 다시 돈을 뽑는 이상한 짓을 한 뒤에
마타람몰의 헤로 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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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는 날짜 보고 잘 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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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거리 산다고 그냥 집어온 빵. 집에 와서 보니 두리안 맛. 어쩌자고 이런 조합의 빵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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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 맛 환타 |
고대하던 인도네시아 계좌를 개설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얼마나 가볍던지.
지금은 개인 거래하는 은행이 BNI, May Bank, Mandiri, Permata, BCA, Cimb Niaga 이렇게 6개 가량 되고 법인계좌는 3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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